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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글쓰기도 졸라게 어렵기 때문이다

로뎅갤러리 박이소 유작전
2006.3.10~5.14




그의 작업노트 中
나는 그림을 그릴때마다 그림그리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작하기전에의자에 앉아 그림을 째려보며 한참을 있다지치면 잠을자기 시작한다. 한두시간 자고 일어나면 나가 아무것도 하지않고 벌써 몇시가니 흘러가서 시간은 돈이라고 속으로 말한다. 마지못해 일어나 그림을 끌적거리면서 발작적으로 비명을 가끔지른다. 어쩌다 영감이 떠올라 기분이 좋을때도 비명을 지른다. 그것은 그림그리기가 졸라게 어렵기 때문이다.




예전에 박이소 유작전을 보러갔는데, 다른 작품은 기억에서 사라져도 그 때의 기억이 지금까지 지켜지는 한 부분이 있다.
작가의 작업 구상 노트 한부분을 봤을 때였는데  삐뚤 빼뚤한 날려쓴 메모라 한참 들여다 봤다.
헝클어진 머리에 세수도 안한채로 헛소리를 찍어낼 작가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당시 꽤나 공감을 느꼈다.
어설프게 디자이너라는 명함 하나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 순차적으로 잘 흘러서 얻은 직업이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내켜 하지 않는 일이었던 듯 싶었다.  

연주자는 연주로,
작곡가는 음으로,
가수는 목소리로,
화가는 그림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나는 그림을 졸라게 어려워 했으므로 글자를 쓰기로 했다.

그런데... 글 쓰는것도 졸라게 어렵다....
어려워서 발작적으로 비명을 지르긴 해도 그림 그리는 것 보단 낫다.
차라리 발작적으로 기분도 금방 좋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