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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붕어빵 이야기

이번주가 시작되는 월요일부터 지각을 할 뻔 했다. 출근길 모바일 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걸려들었다.
누군가 트윗에 던진 글을 보고 생각을 하느라 제때 내려야 할 역에서 못 내렸기 때문이다.

 

+ 동부이촌동에서 파는 한 개 삼천 원짜리 붕어빵 가게에 하루종일 고객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희소성? 프라이드? 고가?

= 어휴 저 정도면 삼천원 할 만하죠. 물밀가루 팥떡이 아닌 케익수준인데요..
붕어빵의 모양을 차용하되 붕어빵이 아닌것이 처음의 호기심이고, 그 후에 맛과 질로 단골이 생긴게 아닐까요?

작은 지각을 만들뻔 했던 붕어빵 화두는 며칠간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미 일본에서 타이야키로 불리는 도미빵을 맛본 적이 있는 나는 저것이 붕어빵이라는 생각은 안한다.
묽은 밀가루 반죽에 팥이 훤히 비춰지는 얇삭한 표피 대신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재료가 들어갔을 듯한 탄력있는 두께감.
고급 슈크림 등 고급재료로 꽉 차있을 일본스타일의 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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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줄을 설 수 있다는 것은 동부이촌동의 한 카페에서 판매한다는 사실 외에
저것을 붕어빵으로 인식하고 주문을 하지는 않았을 거란 손님들의 심리다.  

 


 



이 포스트를 쓰려고 했기 때문일까?
나는 며칠전 발견한 참 재미난 책을 통해 한국의 붕어빵의 역사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 
붕어빵의 원조는 일본의 도미빵(타이야키: 도미를 구웠다는 의미)으로 본다.
예전의 일본에서는 도미는 매우 고급스러운 생선이어서 서민들은 먹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때문에 물고기 모양의 간식에 최고급 생선의 이름을 붙이기라도 한 모양이다. 
재료 또한 설탕, 우유 등의 고급재료를 사용해 실제 도미구이를 먹는 것 같은 만족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붕어빵은 물자가 부족한 일제 강점기때의 묽은 밀가루 반죽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던  서민적인 간식이었다. 
이름도 비싼 생선이 아닌 흔이 접할 수 있는 붕어를 붙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인식이 다를 수 있었던 것은 시각 프레임의 문제였다.
저 형태를 붕어빵으로서의 속성으로 보느냐, 붕어빵으로 보지 않느냐 하는 것의 차이다.
붕어빵으로 본다면 기존 붕어빵의 열배에 달하는 가격이 터무니 없을 테고, 
그 반대로 본다면 다른 추론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피자맛 붕어빵 2,500 원. 이것은 붕어빵인가?  
오늘 새로운 것을 발견했는데 붕어빵 토스트라는 새로운 간식 거리다.
구워파는 토스트 대신 찍어파는 토스트이다. 속재료는 미리 넣고 빵을 맞물려 붕어모양 틀에 찍어낸다.
이것 또한 붕어빵의 흉내를 내었지, 붕어빵은 아니다. 
이것을 붕어빵으로 프레임 해야 할까?  

경로 의존성이란 용어가 있다.
늘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평소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음식을 먹고, 가던길을 가는 것.
비슷한 패턴으로 일상을 영위 하다보면 크고 작은 모험을 치르기 두려워진다.
늘 하던 생각 늘 같은 일상을 벗어나 의식적으로 의존성을 탈피해 보며 일상의 작은 변화를 시도해본다.
파격 변신을 시도하기엔 부담이 크지만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은 일상의 활력을 준다.

내가 발견한 유사 붕어빵들이 잘 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봐줄 수 있을 듯 하다.
인간은 일상적인 것에서 부터 안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과하지 않게 틀을 깨는 것에는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기꺼이 윗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