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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획&기록/산티아고BuenCamino

[Buen camino] 산티아고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2009.10.29
생 장 피드 포드 - 수비리 : 21km

어제의 약속대로 짐을 부치기 위해 마리아를 찾았다.
책, 배낭커버, 화장수, 여분의 바지도 1킬로가 나가길래 뺐다.  
양말도 한켤래로 빨아신기로 했다. 그렇게 6킬로 감량에 성공.
그럼에도 저울에 잰 배낭무게는 14킬로...다들 혀를 내두른다.
카메라 2kg, 침낭2kg, 노트북 1.5kg, 그들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아답터 무게가 1kg,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노트북과 카메라는 포기 못하겠다. 
그러니 이 부분은 내가 감내해야 할 무게였다.

9시 우체국 문이 열 때까지 마리아와 기다렸다.
십 오분 전 마리아는 테이프와 가위를 가지고 나왔다.
문이 열리기 전의 우체국 앞에서 나를 세워두고 빈 박스를 구하러 총총히 사라졌다.
한국까지의 배송비가 100유로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부르고스까지만 부탁했다. 37.45유로.

마리아 아줌마가 오늘은 꼭 국경을 넘으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낸다.
처음으로 받아 본 서양식 뺨인사였다.
쌀쌀한 아침의 기운이 스웨터의 포근함에 쌓여 사그라들었다.

이미 9시가 지난 시간. 어제와 같은 길 대신, easy way를 선택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히치 하이커가 될 거라 짐작했다.
이미 하루치의 거리를 내 주었기에 나의 동료들을 만나려면 걸어서는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시도한 히치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커다란 지프차를 몰고 오던 한 남자가 세워준다. (페드로. 48. 에스파냐) 그런데 전혀 말이 안 통한다. 
나는 지도를 가져다 놓고 목적지를 가리키기 바쁘고 
그는 자꾸 나에게 무슨 제안을 하는 것 같은데 전혀 못 알아 듣겠다.
작은 마을 골목에서 나 같은 히치하이커 발견.
페드로는 히치 하이커 태워 주는게 낙인지 두말 없이 차를 세운다.
에스파냐인인 그녀(베요크. 39. 에스파냐)는 페드로와 꿍짝이 맞아 수다를 떨어대고
나는 꿀먹은 벙어리 마냥  앉아 있었다.




차가 어느 집 앞에 서고, 개와 고양이가 달려나와 페드로 앞에서 꿍얼댄다.
얼떨결에 낮선 장소에서 빼도 박도 못하게 된 나는 그들이 권하는대로 
차 한잔 하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 니네 집에서 잠시 머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집안 구경을 시켜 준다고 올라갔다.
담배를 피우겠다던 그들은 마리화나를 피운다.
한국에선 합법인지 불법인지 궁금해 한다.
두 손목을 맞대어 얼굴 가까이 들이댔다. 이 제스처로 '마리화나=감옥'의 등식이
무리없이 표현된다.




갑자기 그녀 주섬주섬 주방을 뒤적이면서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눈 똥그래진 내가 의아해 하자 스파게티 만들어 먹을 거란다.
그래, 페드로가 그렇게 가슴을 치며 전달하려고 했던 말은 이것이었던 거다.
'너가 가는데까지 데려다 줄께, 근데 우리집에 들러서 밥먹고 가자.'

그녀는 열심히 요리중이고 나는 할 말도 할 일도 없이 쇼파에 앉아있다.
말이통해야 시켜먹을건데 애당초 그건 포기였다.
따라 들어온 집채만한 개를 쓰다듬는데 페드로가 재미난 소리를 가르쳐준다.
'클리키 클리키~~' 목구멍에서 으르렁 대는 듯한 이상한 소리였다.
이러면 그 개가 발라당 배를 까뒤집고 눕는 마법의 주문이었던 것이다.
그 모냥이 하도 재미있어 클릭키를 오랫동안 외쳤다.




마리화나를 피면 감옥에 가는 나라에서 온 나에게
페드로는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뒷 마당 텃밭엔 그가 애연하는 마리화나를 통째로 재배하고 있었다.




자고 가도 된다고 했으나 친절은 정중히 사양했다.
예기치 않은 재미는 여기까지~~
수비리 알베르게에는 나의 동지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유럽에 온 지 4일이 지났으나 걷지를 못했다.
내일은 진정 걸어야지....

클리키 클리키를 외쳤더니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난다.




2009 santiago de compo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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