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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배설욕구의 무의식 매커니즘

이상한 경험을 한적이 있다.
서러운 일로 인해 목놓아 울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이부자리에서 모로 누워 한없이 꺽꺽대고 있었던 적.
창밖으로 동이 터오고 그 슬픔이 현실이 아닌 꿈이어서 안도했던 적.
현실에서 울게까지 만든 그 꿈 해몽이나 해보자고
내용을 떠올려보자면 기억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참으로 해괴하게 이런 상황 몇 번 겪어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런 일을 어제도 겪었는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분명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그리고 못이긴 척 무의식이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울었고, 흐느끼고, 눈을 뜨지 않았다.
나는 울고 싶었고, 그렇게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성인이 멀쩡한 의식 상태에서 울기에는 사회는 이성적이다.
가끔 울음을 유발하는 공연이나 영화를 찾기도 하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우울한 기분으로 며칠을 지내야한다.

우울한 기분이 정신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감정 노동자가 우울증에 걸릴 확율이 더 높다.
울던 웃던 쌓인 감정을 해소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는 상태가 지속될 때,
우리 무의식은 현명하게도 대처를 해주는 것 같다.
의식이 방어하지 않는 틈을 찾아 잠결에 울틈을 내어 주기.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이 메커니즘이 얼마나 견고한지.
꿈 속 환경에서 울게 만들고 꿈의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이 반증하지 않는가 싶다.

작년 겨울 한동안 '가위눌림'에 고통받는 밤을 보낸것도
무의식을 빌어 내 정신상태를 경고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때는 울게하는 정도로는 해결을 못하겠던지 엄청난 압박을 주었고
끝내 한의원에가서 진료를 받게 만들었지.

굳이 빚대어 표현하자면, 일종의 몽정이라고 치면 되겠다.
감정(육욕)이 꿈(잠)을 통해 배설되어 해소되는 매커니즘은 같으니까.
어쨋거나 멀쩡한 정신으로 하긴 뭐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