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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98 길고양이 구출사건

사무실을 같이 쓰는 대표가 며칠 새끼 고양이 때문에 고심한다. 사무실 옆 상가 건물 작은 틈새에 빠진 새끼고양이 세마리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는 거다. 천정에 살던 길고양이 가족인데 공사 소음에 놀라서 떨어진 것 같다고. 어미는 그 주변을 며칠째 맴돌고 새끼 고양이들은 하늘을 향해 애처로운 울음만 울었다. 안 봤으면 모를까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눈빛을 보고는 도저히 못본 척 할 수 없었단다.

고양이를 꺼내려면 그동안 지은 구조물을 부숴야하는데 공사담당자는 그럴 여유가 없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동물 협회에 연락을 했으나 건물주의 동의가 없으면 자신들도 어쩔수 없다는 말인지 막걸린지 모를 시큰둥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건물주를 설득해 공사중인 미장을 조금 부수고 새끼를 꺼냈다. 다행이 새끼들은 큰 부상은 없어보였고 어미가 새끼들을 거둬 간 것 같다고 한다. 보람찬 고양이 구조의 경험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오늘 밤, 세 마리 새끼중 가장 약한 놈이 홀로 발견되었다. 공사장 하수구 물에 잠겨 꼬라지가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대로 두면 죽을것 같아서 결국 데려왔다. 아마도 어미의 보호에서 벗어난 듯 하다고 한다. 야생의 길고양이에게 약한 것은 치명적일 것이다.

다 죽어가고 있는 고양이를 보는데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자기 집 미장 부수기 아까우니 갓 태어난 생명쯤 죽으면 어떠냐는 무신경한 태도, 동물보호하라고 만들어진 협회의 비협조, 그리고 나 사는 문제에 매몰되 죽어가는 새끼 고양이를 보면서 아무런 감흥이 없던 나까지.

그래도 어린 동물 목숨 한 번 살려보겠다고 기꺼이 집사를 자처한 그녀를 보며 위안을 삼는다. 7월 7일 발견되었다 해서 고양이 이름은 럭키가 되었다. 럭키가 무사히 살길 바란다.


4.5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