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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65 가스라이팅을 거부하라

 얼마전 내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였다는 자각을 했다. 이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어느날 그 포스팅에 비밀덧글이 달렸다. 내 블로그를 통해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와 의미를 접하게 되었다. 자신이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지 인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고백이었다. 덧글을 읽자니 당사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마음이 짠해졌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를 마음대로 조정하기 위해 심리적으로 무력화 시키고 의존하게 만드는, 심리적 지배를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다. 가스라이팅은 다양한 관계에서 매우 빈번하게 나타난다. 남녀 관계에서, 상사 부하, 부모 자식간 웬만한 인간관계에서 보이는데 당사자들은 그것이 가스라이팅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랫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 역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걸 알았다. 이혼한 상태이지만 전 배우자로부터 끊임 없이 가스라이팅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스라이팅의 심리적 지배 프로세스를 아주아주 쉽게 설명해 보자면 
1.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당신은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비난한다.
2. 피해자가 반박한다.
3. 가해자는 더욱 강하게 온갖 근거를 대며 피해자에게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주장한다.
4. 피해자는 가해자의 강력한 확신과 태도에 스스로 자기가 나쁜건 아닌지 의심한다.
5. 가해자가 너무너무너무 강력하고 극단적으로 당신은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한다.
6. 피해자는 이제 자신이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이기적이다' 대신 '무능하다', '멍청하다', '부주의하다', '쓸모없다'….라고 대입해도 된다. 이런 지난한 반복을 거쳐 가해자가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 바로 피해자는 스스로 자기가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생각 하므로 착하게 보일 수 있는 있는 일을 스스로 찾게 되는 것이다. 즉, 가해자가 말하는 착한 사람으로 움직인다. 가해자는 힘들이지 않고 그가 원하는 대로 피해자를 조정한다. 

 피해자의 정신은 전쟁 후의 페허라고 해도 과장 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억압을 당했기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힘을 잃고 무기력에 빠진다. 현실이 지옥같으면서도 이미 심리적인 의존 상태라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죽음 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결혼생활 내내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던 친구가 드디어 이혼했다. 그 지옥을 벗어 났다는 것을 축하했다. 일단 한 발 나왔으니 극복은 시작 된 것이라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사실에 기반한 생각만 전달하며, 단호한 의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자기 확신을 찾길 응원했다.  


5.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