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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58 오늘 산을 오르며

"할만 해요. 근데 발집에 물이 잡혔어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오늘의 산행은 힘들었다. 지인들과 백두대간을 걸어보겠다고 시작한 산행팀이다. 십여명이 모여 한 두달에 한번씩 산을 다닌 지 일년. 각자의 특성들을 알게 된다. 그런데 내가 가장 많이 알게 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개인적이다. 개인에 모든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자기만 생각하는 것과 민폐를 주지 않기 위해 개인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르다. 막내격인 나는 산에서 불리는 닉네임이 '고동'이다. 슥~하고 고동처럼 느릿느릿 이동한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이렇기에 나는 민폐 만큼은 끼칠 수 없다를 모토로 내 컨디션 관리하기 바쁘다. 힘이 남아야 다른 이들의 상황을 보살필 수가 있는데 주로 보살핌을 받아왔다. 요즘이나 되니까 팀들 간식이라도 준비할 여력이 있었지 이전에는 배낭에 짐을 넣는 것이 공포였다. 

 

 나는 내향적이다. 산에서는 주로 뒤에서 홀로 다닌다. 함께 갔지만 홀로 유유자적을 즐기는 느낌이랄까? 회사를 다닐 때는 의도적으로 외향성을 추구했다면 일인 기업을 살고 있는 지금은 내향성을 좀 더 발휘하는 것 같다.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산행하면 좋겠지만 일단 체력이 딸리고 집중이 흩어져 스텝에 실수가 일어 난다.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중 하나를 잡아 생각해 보는것도 유의미하다. 

 

 오늘도 몇 번 눈 앞의 장애물을 못보고 부딪혔다. 땅만 살피고 걷기에도 급급했기에 일어나는 실수다. 그럴때는 화각을 넓히는게 방법이다. 발 앞을 포함해 고개를 들어 시선을 좀 멀리 던진다. 그러면 눈 앞의 돌부리 대신 산의 능선의 흐름과 숲도 함께 의식할수 있다. 시선을 조금만 넓게 잡아도 흙길이 숲이 되는 거다. 

 

 나와 가장 오래 살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멋진 나와 함께 살고 싶다. 내가 보살핌 받은 만큼 남을 살피기 위해 체력을 관리하고,  조금 더 자유하고, 세상에 대한 화각을 넓혀보자. 오늘 산에서 얻어온 명상이다. 

 

5.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