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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47 월남쌈, 월남뽕

 선생님의 집에 초대 받았다.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보니 어떤 모임이 될지 그려진다. 파티 음식은 늘 월남쌈이다. 고수와 애플민트를 메인으로 각종 야채와 냉동목살을 대패로 얇게 저민 고기를 구워서 라이스 페이퍼에 싸먹는다. 고추를 가득 갈아 넣은 특제 피쉬 소스를 곁들여 한시간을 먹는데 집중한다. 한번의 초대 손님이 20여명 이기에 월남쌈 메뉴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일단 음식이 식을 염려가 없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친밀도가 올라가게 된다. 처음에는 고상하게 젓가락을 사용하다가 이내 손으로 쌈싸먹다 보면 서로 무장해제가 된다.


 월남쌈으로 위장이 채워지면 이내 월남뽕 게임이 시작된다. 판돈은 천원이다. 월남뽕 게임은 일종의 숫자 눈치게임으로 처음 하는 사람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카드패에 같은 숫자가 나오면 '뽕'이라고 외친다. 월남쌈 먹고 뽕게임을 한다고 해서 '월남뽕'이라고 명명 했다고 한다. 게임 한 판은 일년을 상징하는 12회로 1월부터 12월까지다. 한게임마다 남은 카드의 숫자를 합한 점수를 월남뽕 장부에 기록한다. 매 회의 점수를 더해서 12월에 최종 점수가 결정난다.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한 사람이 판돈을 갖는다. 

 이 프로세스에 익숙한 단골 손님들은 본인이 서기가 되어 점수를 기록 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록된 월남뽕 장부만 여러 권이다. 장부에는 날짜와 참여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깨알 같은 숫자로 순위를 기록해 나간 장부는 이 집의 또다른 역사서이다. 월남쌈으로 무장해제된 사람들은 '뽕'을 외치며 조금 더 친밀해진다. 먹이고 놀게하며 추억과 역사를 쌓은 이 집의 초대문화가 매력적인 이유다. 나는 어떤 초대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4.21장